‘일본 현지 B2B 창업 - 일본 B2C 진출 - 일본 VC 이야기까지’
9월 파싸챗에서는 아래 세 분의 일본 시장 전문가들을 모시고, 일본 진출의 A to Z를 낱낱이 파헤쳤습니다.
DDP 기반 자원순환 시스템을 개발하고 일본 네이티브 서비스를 만드는 레이더랩의 ‘우나리 대표’
미용의료 분야 1위, 강남언니의 일본 현지화를 리드하고 있는 힐링페이퍼의 ‘임현근 CBO’
채널톡 CSO이자 일본 대표 벤처 캐피털회사인 글로벌 브레인의 ‘이경훈 파트너’
일본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부터, 일본의 우수 인재 채용 TIP, 그리고 일본 유저의 독특한 특성에 대한 이해까지.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 함께 보실까요?
Q1.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에서 투자를 받을 때, 한국과의 차이점이 있나요? 일본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 어떤 점들을 고려하면 좋을까요?
경훈님
•
한국은 VC가 많고 스타트업이 더 적은 듯해 VC 경쟁이 치열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일본은 VC가 많지 않아서 outbound를 잘 하지 않아도 좋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게 쉬운 편이에요. 반대로 말하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투자 받기 더 어렵다 느낄 수 있죠.
•
물론 투자 단계별로 상황은 달라요. 시드 단계는 엔젤 투자가 많아서 한국보다 투자 받기 쉬울 수 있지만, 100억 원 이상 투자를 원하는 큰 규모의 스타트업이 일본 VC에서 투자 받는 덴 한계가 있을 수 있어요.
단, 한국 스타트업이 꼭 일본 VC에서 투자받아야 할 필요는 없어요. 일본어 소통 문제, 행정 처리 등 들여야 하는 노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감수할 이유를 딱 하나 꼽자면 ‘네트워킹’이라 생각해요.
나리님
•
회사의 신용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VC든 정부 기관 입장에서든, 아무 정보가 없는 외국 회사에 투자했는데 이후 이 회사가 망하거나 없어졌을 때 져야 하는 리스크를 걱정하죠. 레퍼런스를 많이 만드는 등 투자자를 안심시켜줄 수 있는 요소를 많이 가져가야 해요.
현근님
•
일본에는 회사를 조사하는 탐정 같은 회사가 많이 있을 정도로 신용도를 중시해요. 한국 강남언니 오피스에 직접 방문해서 자본금은 얼마나 있는지, 오피스는 실재하는지 등을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투자해 주신 곳도 있었어요.
Q2. 일본 기업들과 미팅을 진행하다 보면, 거의 계약 체결 단계구나 싶다가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검토해 보자는 얘기를 듣곤 해요. 이런 경우가 몇 번 반복되다 보니, 뭐가 문제인지 혹은 일본 문화가 그런 건 지 혼란스러워요.
나리님
•
먼저, 일본 사람들은 미팅에서 네거티브한 피드백을 하지 않아요.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분들이 “검토해 보겠다”고 말하는 거죠. 여기서 오해가 생겼을 수 있어요. 다음으론 이 의사결정이 가져올 리스크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 부족했기에 의사결정자 입장에서 원점으로 돌려보냈을 수도 있어요.
현근님
•
미팅 상대가 실제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Key man인지 확인하는 게 중요해요. 결국 의사결정은 Key man에 달려있기에 이 문제에 대해 누가 진짜 의사결정 파워를 지녔는지를 확인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 일본 사람들과 정말 많은 네트워킹이 필요한 거죠. 저희는 이 Key man을 잡기 위해 회사 조직도까지 그렸는데요. 먼저 회사 조직도를 칠판에 그리고 담당자들을 전부 표시한 다음, 네트워킹에서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이 사람의 상사는 누구인 지 등을 파악하며 일일이 Key man을 찾아 나가기도 했어요.
Q3. 한국 스타트업에서 일본의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데, 어떻게 하면 일본에서 좋은 인재를 모셔 올 수 있나요?
나리님
•
네트워킹을 통해 직접 발로 뛰며 인재를 추천받는 게 가장 효과적이에요. 특히 이때 Key man과의 접점을 만들고 소개를 받으면 인재 채용은 훨씬 수월해져요.
•
일본에서 담당자가 구인구직 공고를 내서 bottom up 방식으로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건 매우 어려워요. 일본 사람들은 문화적으로 회사 이직을 많이 하지 않고, 정보를 열심히 찾는 편도 아니에요. 원래도 이직이 빈번하지 않은 일본에서, 훌륭한 인재가 인지도가 낮은 한국 스타트업의 채용 공고를 보고 직접 지원할 확률은 무척 낮죠.
•
반면에 ‘왜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여기서 일하지?’ 싶은 경우도 많아요. 그 경우엔 대부분 네트워킹을 통해 추천받은 경우더라요.
현근님
•
먼저 어떤 인재가 필요한 지 현실적이면서도 명확히 정의하는 게 중요해요. 영어도 되면서 일도 잘하는 사람은 연봉 조건이 매우 높아지고, 한국어와 일본어가 되는 분들 중 시니어는 드물어요. 그래서 저희는 ‘언어에 상관없이 일 잘하는 분을 모시자’는 기준을 세우고, 사내 동시통역사를 채용하는 결정을 내렸어요.
훌륭한 인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운 후, 발품을 팔아가며 인맥을 통해 인재를 모시면 돼요. 저희는 3개월 간 격주로 일본에 방문해서 총 200명을 만나 1-2명의 인재를 모셨죠.
Q4. 일본 진출 경험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유저 특성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하시는데요. 일본 유저들은 어떤 특성을 지녔나요?
나리님
•
일본에서 B2C 사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한국 대비 Buzz 마케팅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에요. 한국에서는 유행의 영향력이 크고 트렌드 shift가 매우 빨라요. 특정 서비스에 열광하는 문화, 모두가 쓰면 나도 써봐야지 하는 문화가 존재하죠.
•
반면, 일본은 여전히 지역 신문, 잡지 등이 영향력이 큰 만큼 SNS 외에도 채널이 다양해요. B2C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지역 마케팅 채널 하나하나 접근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을 수 있어요.
현근님
•
세대별로 큰 차이가 있어요. 윗세대는 변화가 적겠지만, 강남언니 사업을 하면서 매주 현지 일본인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요즘 일본의 2030세대는 새로운 서비스에 열려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경훈님
•
서비스마다 타겟 특성이 매우 다르기에, 서로 다른 유저 특성을 이해해야 해요. 한 번은 라쿠텐 UI개편 A/B test에 관여했던 적이 있는데, 라쿠텐 유저들은 디자인적으로 큰 변화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어요. 물론 이 점을 일본 유저 전체의 특성으로 볼 순 없겠지만 흥미로운 발견이었죠.
일본 시장은 크고 얼리어답터라는 첫 번째 고객층이 분명히 존재해요. 그리고 많은 스타트업들은 이 얼리어답터 공략부터 시작하더군요. 그렇기에 일본 전체 유저의 고유한 특성 파악 외에도, 타겟 고객이 지닌 독특한 특성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죠.
Q5. 일본에서의 마케팅 전략에서 어떤 점들을 고려할 수 있을까요?
현근님
•
B2C 플랫폼 기준으로 일본의 홍보 채널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한국 마케터들이 충분히 접근할 수 있어요. 원하는 ‘타겟 + 원하는 메세지 + 문제해결방법 전달’ 전략을 단계별로 잘 설정하는 게 중요해요.
•
초반에는 데이터 검증이 가능한 채널에서의 배움에 집중하는 것을 추천해요. 퍼포먼스 마케팅부터 시작하며 가설을 쌓아가는 게 중요한 단계죠.
•
중반 이후부터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효과적이에요. 일본인들은 실패를 싫어하기에, 남들이 많이 쓰는 제품/서비스를 많이 써요. 그만큼 신뢰도가 중요하기에, 내가 믿는 인플루언서들이 추천하는 제품에 대한 구매가 많이 일어나죠.
•
단, 한국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일본에서는 SEO 마케팅 (Search Engine Optimization)이 중요하단 점이에요. 예를 들면 한국 유저들은 화장품을 검색할 때 화해 등 플랫폼을 이용하지만, 일본은 구글, 야후에 검색해요. 그렇기에 마케터 입장에서는 검색 플랫폼에서 얼마나 제품/서비스/사이트가 잘 걸리게 하는 지가 중요하죠.
앞서 말했듯 일본은 신뢰를 중시하기에, 일본 유저들 중에는 제품/서비스를 볼 때 회사 홈페이지를 찾아보는 분들이 많아요. 어떤 회사인 지, 믿을 만 한 회사인 지를 검증하는 거죠.
마치며
이번 Fireside Chat은 일본 시장 전문가들의 생생한 경험담과 함께 일본 진출의 A to Z를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어 너무나 유익했다는 후기와 참여자들의 호평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일본 시장 최전선에서 체득한, 어디서도 듣기 어려운 인사이트를 Fireside 멤버들에게 ‘Pay-it-forward’해주신 나리님, 현근님, 경훈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Fireside Chat에 참여하고 싶다면?
Frieside에서는 매월 하나의 주제에 대해 전문가들과 함께 패널 토크 후, 네트워킹까지 이어지는 ‘Fireside Chat’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년 2회씩 ‘Gathering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요. 특별히 10월 14일 Gathering에서는 모두가 쉽게 Pay-it-forward를 실천할 새로운 방법인 <1% Pledge 프로젝트>를 새롭게 공개할 예정이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Fireside 링크드인 페이지 및 신규가입신청서를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