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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가 일본 최고 기업의 마케터를 거쳐 뷰티 브랜드가 되기까지

공부를 못했던 고3이 라쿠텐, 넷플릭스 재팬을 거쳐 뷰티 브랜드 대표가 된 ‘잘풀린 ADHD’의 이야기, 궁금하지 않으세요?
전 태어나서 책 한 권을 다 읽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주의력이 부족한 ADHD에요. ‘난 왜 남들보다 느리지? 왜 이렇게 이해를 못하지?’라며 오랫동안 스스로의 결핍을 탓하고 타박하고 나를 미워하고 살았죠. 하지만 넷플릭스 재팬에서 만난 일본 최고의 커리어우먼이셨던 팀장님의 한 마디가 제 인생을 바꿨어요. “소미야 넌 크리에이티브 분야에 천재성이 있어” 라는 팀장님의 칭찬이 나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했어요. 그 때부터 제 최악의 단점을 최고의 장점으로 바꿔내는데 집중하기 시작한 거죠.
정소미 님은 일본 Polygon Pictures, Amana Group에서 디자이너로, 그리고 라쿠텐, 넷플릭스 재팬에서 마케터로 일본에서 약 10년 간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지금은 (주)잇코코 대표로서 작년에 비건 퍼퓸 브랜드 Velvet Bunny를 런칭하였습니다.

1. 일본어를 하나도 몰랐던 고3이 일본 최고 스튜디오의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Q. 고3이 끝나자마자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가서 공부를 시작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공부를 잘 하지 못했던지라 고3 끝나자마자 부모님이 일본유학을 권유하셨어요. 당시 일본어는 한 글자도 몰랐기에 2년간 일본어 학교를 다녔죠. 하루에 3시간 이상 공부하는 게 힘들었던 ADHD였던만큼 정말 힘들게 일본어를 배웠어요. 친구들과 시험을 치면 제 점수는 항상 낮았기에 ‘나는 바본가?’라고 계속 생각해왔죠.
다행히 독기가 있어서 꾸준히 하는 걸 잘 했어요. 남들보다 배움이 느리고 중간 중간 집중력이 계속 흐트러져도, 꾸준히 일본어 공부를 놓지 않은 거죠.

Q. 일본에서 3D 영상 디자인을 전공하시고 이후 세계적인 CG 스튜디오에서 일하셨는데 주로 어떤 업무를 하셨나요?

저는 일본어 학교 졸업 후, 일본 직업학교에서 CG Creative라는 3D 영상 분야를 전공했어요. 3D 영상을 만들 땐 다양한 디자인 툴을 써 보는 게 중요한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오래 배웠기에 디자인 툴을 습득하는 게 어렵지 않았죠. 물론 이 때도 머리가 아닌, 독기로 해냈다 생각해요.
그 덕에 졸업 후 바로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CG 스튜디오인 Polygon Pictures에서 일을 시작했죠. 이곳에서 3년 간 ‘디즈니-내 친구 티거와 푸’ 등 유명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부터 영상까지 각종 3D 디자인을 제작했어요. 이후엔 Amana Group으로 이직해서 영상이나 옥외 광고 제작 디자인을 담당했어요.

2. 일본 No.1 그룹을 거쳐 세계 최고의 IT 기업 마케터가 되다

Q. 7년 간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쌓은 후, 라쿠텐 그룹 마케팅 리드를 맡게 되셨는데, 디자이너에서 마케터로 커리어를 확장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Septeni Global라는 마케팅 회사에 Creative Director로 이직했는데 이 때부터 디자인과 마케팅을 결합하는 업무를 많이 하게 됐어요. 특히 2015년에 한국 지사를 설립하는 일을 하면서 마케팅 관련 업무를 정말 많이 배웠죠. 당시 한국에도 생소했던 ‘퍼포먼스 마케팅’을 1년 간 머리 빠지게 공부하며 배우기도 했어요.

Q. 일본 최고의 기업이라 불리는 라쿠텐 그룹에는 어떻게 입사하게 되셨나요?

저는 20대, 30대, 40대에 이루고픈 꿈이 명확이 있었어요. 20대는 디자이너로서 최고의 커리어를 쌓고 싶었고, 30대는 일본 최고 기업과 글로벌 최고 기업에서 일해보고 싶었죠.
사실 라쿠텐 입사 전까지 저는 자신감에 차 있었어요. 언어 능력도,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도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나름 자신 있게 이직 준비를 했는데 현실은 좌절의 연속이었어요.
수십 군데 넘게 면접을 보러 다니며 불합격의 쓴 맛을 맛봐야 했죠.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 문을 두드렸더니 결국 일본 최고의 기업인 라쿠텐 그룹에서 오퍼를 받을 수 있었어요. 이후 넷플릭스 이직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수많은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어차피 나는 잘 될 사람이니까 이 과정을 즐기자’라고 스스로를 믿어준 거죠.

Q. 라쿠텐 그룹에서 마케팅 디자인 리드를 맡으셨는데 어떤 것들을 배우셨나요?

대기업 조직 내 20, 30명이 넘는 팀원들과 상사들을 설득하기 위한 방법들을 체화할 수 있었어요. 라쿠텐은 IT 기업이기에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이 중요했어요. 최고의 디자인 결과물을 가져가되,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는 데이터 백업을 탄탄하게 준비해갔죠.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사람에 대해 잘 아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결국 사람 간의 일이기에 상대의 공감을 끌어내는 게 가장 중요했죠. 대기업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리스크를 크게 느껴요. 특히 책임을 져야 하는 상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상대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감으로써 협력을 얻어냈죠.

Q. 이후 넷플릭스 재팬에서 마케팅&크리에이티브 전략을 담당하게 되셨는데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신가요?

저는 주로 애니메이션 마케팅을 담당했는데, 컨텐츠 IP 보유 회사나 작가들에게 IP사용 승인을 받아오는 업무를 많이 했어요. 승인을 받아오는 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라 모두가 어려워하는 업무였죠. 각종 홍보물에 들어가는 캐릭터나 배우의 표정 하나까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다양한 이유로 거절 당하기 쉽상이에요.
이 때 제가 신경썼던 건 ‘경청’이었어요. 상대 회사 담당자를 만나 그들이 원하는 기준을 경청해서 듣고 이를 최대한 반영한 결과물을 들고 갔죠. 상대가 주인공이 잘린 포스터에 대해 컴플레인한 적이 있다면, 전 주인공이 가장 멋있게 나온 포스터를 가져간 거죠.

3. 나만의 뷰티 브랜드를 런칭하다

Q. 넷플릭스를 떠나 작년에 뷰티 브랜드를 런칭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맥킨지를 거쳐 나중엔 라쿠텐 사장까지 지내셨을 정도로 일본 최고의 커리어 우먼이었던 넷플릭스 팀장님의 한 마디가 제 인생을 바꿨어요. “소미야 너는 크리에이티브에 천재성이 있어. 네 장점을 살려서 그 길로 가야 해”라는 말이었어요. 그전까지 저는 스스로를 바보라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남들이랑 같은 일을 해도 몇 배의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죠. 그런데 저렇게 대단한 분이 말해주실 정도라면 ‘내가 진짜 그런 멋진 사람이겠구나’라는 걸 38세에 깨달았죠.
그렇게 나만의 브랜드를 런칭해서 나만의 감각적인 제품과 마케팅을 세상에 보여주겠다는 꿈이 생겼고 바로 실행에 옮겼어요.

Q. 브랜드가 초기 단계라 사업에 어려움이 많으실 것 같은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시는 편인가요?

‘어차피 나는, 그리고 우리 브랜드는 잘 될 거니까’ 하는 마음으로 매일의 미션을 해결해 나가고 있어요. “너희는 안 될 거야” 같은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래? 내가 한 번 놀라게 해줄게’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죠. 모두가 나를 무시할 때 그걸 넘어서서 결과로 증명해보려는 반골 기질을 톡톡히 발휘하고 있죠.

4. Pay-it-forward

Q. Fireside 합류 전부터 유기센터에 기부하셨다 들었는데, 지금은 어떤 곳에 기부 활동을 하고 계시고 앞으로는 누구에게 도움을 주고 싶으신가요?

저는 제 주변 모두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제 주변 사람들이 저를 이끌어 가고, 반대로 제가 또 잘 되어야 사람들을 이끌어갈 수 있다 생각해요. 사람도 동물도 마찬가지에요. 지금까진 유기묘 센터에 기부를 하는 한편,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께 일본 마케팅 관련 강의를 해드리는 재능 기부를 꾸준히 해왔어요. 작년 Fireside Lunchclub에서 데이터 기반 퍼포먼스 크리에이티브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점차 고아나 미혼모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어요. 제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