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삶은 도움의 연속이었어요. UN 주요 언어인 프랑스어도 못했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관련 백그라운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제가 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었던 건 ‘사람들의 도움’ 덕이었죠. 어려워 보이는 일도 사람들의 도움을 통하면 해결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제 비결은 ‘솔직함으로 소통의 창을 여는 것’이에요.“ - 김용재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는 새로운 도전은 막막하게만 느껴집니다.
준비 미흡을 이유로, 새로운 도전을 미루게 되는 이 두려움의 시대에
어려운 상황에 굴하지 않고,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해내 온 사람이 있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그리고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 아시아 지역 본부를 총괄하는 지금까지, 김용재 님은 필요하다 느끼면 새로운 시도를 곧장 행동으로 옮겨왔습니다. 그리고 용재 님의 이러한 시도들은 각종 단체가 되어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는 상황에서도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반드시 된다.’는 무한 긍정의 태도로 수 많은 소통의 창을 만들어 올 수 있었던 용재 님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시죠.
김용재 유엔협회세계연맹 서울 사무국장 (출처: 김용재)
김용재 님은 ‘유엔협회세계연맹(World Federation of United Nations Associations; WFUNA)’ 서울 사무국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석사를 마치고, 공군사관학교 교수요원을 거쳐 국제기구인 ‘한·중·일 협력사무국’,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총 10년 간 근무했습니다. 2021년부터 유엔협회세계연맹에 조인하여 글로벌 파트너십 및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1. 학생 간 소통의 창을 열다: 정치학도들의 모임
Q. 학창 시절에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부딪히고 만들어오는 삶을 살았어요. 조직에서 하던 일을 그대로 하기보다는,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혹은 새 조직을 바로 만들어버렸어요. 서울대 정치학과 자치회를 만들기도 했고, 아시아 4개국 정치학과 연합 세미나(Asian Future Political Leaders Association; AFPLA)를 조직하기도 했어요.
사람도 국가도 혼자서는 살 수 없어요. 우리가 미래를 꿈꾸려면 주위 사람들과 주변 국가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중국이나 일본 학생들이 어떻게 사는 지 알 방법이 없는 거예요. 학교에서 추진할 계획이 없으니, 그럼 우리 학생끼리 만들어보자 싶었죠.
AFPLA 활동 (앞 줄 가운데, 출처: 김용재)
서울대 정치학과 자치회 모임 (맨 오른쪽, 출처: 김용재)
Q.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시작한 활동임에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가치에 공감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networking), 상대에게 솔직하게 도움을 구해요. 저는 대단히 뛰어난 사람은 아니에요.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는 말처럼, 진심 어린 태도로 상대에게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니까 되더라고요.
외교부 장관 출신이신 윤영관 교수님과의 인연도 마찬가지였어요. 계기는 몇백 명의 학생들이 듣는 강의를 수강한 거였지만, 저는 계속 교수님을 찾아뵀어요. 교수님과 관악산 등산하면서 외교 문제 해결에 대한 진심 어린 고민을 털어놨고, 교수님께서 이후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국무총리 산하 공공기관인 ‘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 총괄 간사도 교수님께서 제안 주셨었고요.
2. 국가 간 소통의 창을 열다: 한중일 언론인교류 프로그램
Q. 첫 커리어로 한중일3국협력사무국(TCS)에서 근무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 필생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이웃 국가들과 갈등 없이 함께 잘 살 것인가’였어요. 단순히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해내고 싶었죠. 그런데 마침 한중일 정부가 공동으로 지역 국제기구(TCS)를 만들었어요. 한중일 외교관들이 모여서, 장관급 회담을 총괄하는 EU같은 역할을 하는 기관이 서울에 만들어진 거죠.
‘아 여긴 나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구나’ 싶어서 이력서를 들고 바로 찾아갔어요. 비록 근무 경력은 없었지만 대학생 때 아시아 정치학도 연합 세미나를 주최했던 경험, 그리고 3국 외교에 대한 제 고민을 쭉 말씀드리자 ‘넌 정말 여기서 일해야 하는 사람이다’며 바로 오퍼를 주시더라구요.
TCS 근무 당시 용재 님 (출처: 김용재)
Q. 첫 커리어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개인이든 조직이든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툭 터놓고 말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갈등은 사람마다 생각과 입장이 달라서 발생하기에, 이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얘기를 하면서 상대를 이해해야 해요. 오해와 갈등은 그만큼 얘기를 안 하기에 발생하는 거죠.
한중일 사람들과 매일 사무실에서 같이 일해보면 생각과 업무 방식이 너무 달라서 끝없이 싸울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대화’에 있다는 걸 깨달은 적이 있어요.
박근혜 대통령-시진핑 주석-아베 총리 집권 당시, 3국 관계 악화로 인해 회담 개최고 업무고 전부 멈췄던 적이 있었어요. 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싶어서, 3국 사회문화 교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중일 언론인교류 프로그램’을 시도했죠.
회의 초반에는 기자들이 서로 멱살 잡고 싸우기도 했어요. 하지만 4일간 치열하게 대화하다 보니 마지막 날엔 뜨겁게 포옹하는 강한 friendship이 형성됐죠. 전 이때, 소통이 전제된다면 한중일은 물론이고, ‘풀 수 없는 문제는 없다’는 걸 배웠어요.
한중일 언론인교류 프로그램 진행 당시 용재 님 (왼쪽에서 첫 번째, 출처: TCS 홈페이지)
3. 국가-기업 간 소통의 창으로 세계를 바라보다: WFUNA 도시혁신 챌린지
Q. 유엔세계연맹협회(WFUNA)는 어떤 곳이고, 어떻게 조인하게 되셨나요?
먼저, 유엔협회세계연맹(World Federation of United Nations Associations; WFUNA)은 UN명칭을 사용하는 유일한 국제 NGO 단체이자, 전 세계 100여 국가의 유엔협회를 대표하는 기구예요. 정부 차원의 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UN과 시민사회 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곳이에요.
그중 서울 사무국은 설립 6년 차로 오래되지 않은 편이었기에 다양한 역량을 필요로 하는 곳이었어요. 서울 사무국 총괄자 후임을 구하던 상황에서, 한국 공공 기관 주요 네트워크와 한중일 네트워킹 경험이 있던 저의 커리어 이력이 딱 맞아떨어진 거죠.
제 커리어는 우연의 연속이었어요. 처음부터 UN관련 커리어를 빌딩 할 목적으로 살아왔던 건 아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그때그때 열심히 해왔었던 게 결국 하나의 커리어로 쌓인 것 같아요.
WFUNA에서 일하는 용재 님 (출처: 김용재)
Q. WFUNA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금도 진행 중인 ‘도시혁신 챌린지’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WFUNA에서 도시 문제를 해결 가능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찾아, VC의 투자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교량’ 역할을 하는 프로젝트예요.
아무리 대단한 정부라 할지라도 혼자 힘으로는 환경 문제를 비롯한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요. 도시혁신 챌린지는 기업과 시민 사회를, 그리고 미래를 바꾸는 기술의 힘과 자본을 연결함으로써 가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내고자 하는 거예요.
WFUNA citypreneurs 행사 (출처: 김용재)
제가 조인하기 전부터 서울 사무국에서 추진해 온 일이지만, 정권 변화에 따라 한국 내에서 지속 확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래 이걸 한국에서만 할 게 아니잖아? 다른 수많은 국가에도 수많은 좋은 기업들과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으니 이를 글로벌로 확장해보자.’ 싶었죠.
제가 이 프로젝트의 총괄을 맡아서 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까지 확장하는 중이에요. 저로서는 지금 굉장히 설레면서도 이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성장 및 확장을 위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4. 개인 간 소통의 창에서 국가 간 문화 소통의 창으로: 청년들의 차(茶)모임, 청년청담
Q. 최근에 차(茶) 관련 책을 출판하셨는데, 용재 님에게 차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차는 저에게 있어 어떤 목표라기보다는, 그냥 제 숨구멍 같은 취미예요. 예를 들면 제가 바다에서 헤엄치는 고래라면, 살아가기 위해서는 멀리 가는 걸 잠시 중단하고 숨 쉬러 올라와야 하잖아요? 하지만 빨대를 꽂으면 다른 일을 멈추지 않고도 호흡하면서 쭉 나아갈 수 있는 것처럼, 저에게 차라는 취미는 ‘빨대이자 숨구멍’인 거죠.
Q. 청년청담은 어떤 곳이고,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청년청담은 청년들의 차(茶)모임이에요. 대학생 때는 취미 모임이나 동아리에서 차모임을 진행했었는데, 직장인이 되니 편하게 차 마실 수 있는 자리가 없더라고요. 앞서 말했든 저는 없으면 만들어내는 사람이라, 네이버 카페를 통해 그냥 차 한 잔 마시고 싶은 사람들을 모았어요.
10명이 한 달에 한 번씩 하던 모임이었는데, 차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차를 마시며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지금은 150명에 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가 됐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에, 개인적으로는 업무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음향 감독부터, 기술자, 외교부 다 연결되는 거죠.
청년청담 모임 사진 (출처: 청년청담 인스타그램)
덴마크인들에게 한국 차문화를 설명 중인 용재 님 (출처: 청년청담 인스타그램)
11명의 청년청담 멤버들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의 '2019 국민공공외교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덴마크에 초청받아 다녀오기도 했어요. 기업 단위로 방문했다면 비용 등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저희는 각계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커뮤니티다 보니 차 명상, 다식, 차 도구 전시 등 다채로운 차 문화를 성공적으로 알릴 수 있었죠.
Q. 청년청담이 일회성 만남이 아닌, 지속적인 커뮤니티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다른 곳에서 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 즉 차이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엔 티하우스나 차 클래스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도, 사람들이 청년청담을 찾는 이유는 밖에서 맛보기 힘든 특별한 차와 문화 경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스타벅스와 스타벅스 리저브에서 맛 볼 수 있는 커피가 다르듯, 청년청담에서는 80년대 보이차 같은 특별한 차를 음악, 명상, 전시 등의 콘텐츠와 함께 즐길 수 있기에 사랑받는 게 아닐까 싶어요. (웃음)
그리고 이러한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내는 건 결국 다양한 사람들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교량’ 역할을 잘 해내는 것에 있다고 봐요.
청년청담 ‘차와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 행사 모습 (출처: 청년청담 유튜브)
Q. 용재 님은 앞으로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의 힘을 한데로 모으고 싶어요.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말이 당연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이 문제의 심각성이 점차 커질 거라 봐요.
지구 온난화 등 각종 문제로 인해, 과거에는 당연했던 것이 앞으로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당장 최근 침수 문제만 봐도 21세기에 이렇게 큰 피해가 있으리라고는 상상 못했던 거죠. 영화에서 나오는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될 수 있다 보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저는 정부 조직과 국제기구, 그리고 스타트업을 비롯한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연결되어 함께 호흡하는 미래를 만드는 걸 돕고자 해요. 각 조직의 단점을 상호보완함으로써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자신의 무지를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 반드시 열심히 가르쳐 주는 사람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 월트 디즈니, The Disney Company Founder
월트 디즈니는 ‘자신의 무지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털어놓되,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활용하라’고 말합니다.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솔직한 태도로 상대의 도움을 구하는 것’, 김용재 님의 수많은 새로운 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비결은 이러한 솔직하고 적극적인 도움 요청의 태도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이 있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혹시나 하고 두드렸던 문이 해결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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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재 님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
① WFUNA의 도시혁신 챌린지 등을 통한 스타트업 지원
② 창업가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모임의 장 마련
③ 커리어 및 각종 인생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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