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재팬 본부장 제안을 거절하고 창업한 이유는 ‘일’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되는 회사 문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일을 잘하기 위해 나를 혹사시키는 삶이 아니라, 일과 가정이 양립가능하고, 내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 우나리
워킹맘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우리는 자연스레 “어떤 점이 힘드셨어요?”라는 질문을 떠올립니다.
일과 육아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는데 둘을 같이 한다면 힘듦은 가중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죠.
‘워킹맘 = 힘듦’이 공식처럼 여겨지는 이 시대에, ‘육아 경험이 오히려 일할 때 정말 큰 도움이 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커리어도, 출산과 육아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멋지게, 행복하게 잘 꾸려낼 수 있었던 나리님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나리님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시죠.
우나리 레이더랩 대표 (출처: 우나리)
우나리 님은 야후 재팬에서 개발자로 14년간 근무 후, 창업 5년 차에 접어든 창업가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우나리입니다. 사회 문제를 IT와 데이터를 이용해 해결하는 ‘레이더랩’을 창업했으며, 자원순환 관련 서비스와 해외 취업 멘토링 서비스 등을 운영 중입니다.
1. 야후 재팬 본부장 제안을 뿌리치고 창업한 이유
Q. 야후에서 개발자로 일하며 어떤 점을 느끼셨나요?
저는 일이야말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 생각해요.
20년째 개발 일을 하고 있지만 처음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제가 이 멋진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요. 야후 재팬 입사 직후, Q&A 서비스를 런칭하고 유저들이 인센티브 없이도 서로 질의응답을 주고 받으면서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걸 지켜봤어요.
저같은 초년생 개발자조차 인터넷을 통해 의미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의 선한 영향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어요.
‘아 나는 정말 멋진 일을 하고 있구나. 나는 이 일을 평생 하고 싶다’ 싶었죠. 그리고 이 경험은 제가 ‘죽을 때까지 인터넷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어요.
야후 재팬 근무 당시 나리님 (출처: 우나리)
Q. 야후재팬에서 본부장 승진 제안을 거절하고 창업하신 이유가 뭘까요?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싶어서 창업을 택했어요.
야후재팬에서 본부장 승진 제안을 받았을 때 사람들을 매니징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창업을 결정했죠. IT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여성이 드물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던 순간이 많았어요.
특히 가장 고민이었던 건 일과 양육의 병행이었죠. 저는 실제 경험해보니 둘의 시너지를 깨달았지만, 많은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해요.
행복의 기준은 다르지만 모든 사람이 일을 해야 한다면 저는 ‘일이 자기 삶을 행복하게 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부양할 가족이 있는 사람들도 ‘걱정 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 창업을 택했죠.
대부분의 워킹맘에 대한 복지는 육아휴직, 근무 시간 단축 등 일을 덜 하고 육아에 집중하게 하는 방향으로 제공되고 있어요. 하지만 일을 잘 해내고 싶은 워킹맘들을 위해 돌봄서비스, 유연 근무 등 육아와 일 모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를 전파하고 싶어요.
야후 재팬 팀원들과의 사진 (출처: 우나리)
레이더랩 팀원들과의 사진 (출처: 우나리)
2. 육아 경험이 업무 능력의 성장으로 이어지다
Q. 사회 통념과 다르게, 육아가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는 관점이 새로운데요. 어떤 점이 도움이 되나요?
주니어 때도, 시니어 때도 육아는 4가지 측면에서 엄청난 도움이 돼요. 먼저, 주니어에게 1번째로 중요한 능력은 Time Management / Task Management Skill이에요.
대부분의 주니어들에게 일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을 물어본다면 전부 Time/Task Management라 답할 거예요. 몰아치는 일을 어떻게 전부, 시간 내에 처리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죠.
일 욕심이 있는 워킹맘들은 일도, 육아도 챙겨야 하는데 둘 다 결과 타협을 할 수 없어요. 아이도 대충 키울 수 없고, 커리어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죠.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극한의 상황에서 Time/Task Management Skill이 저절로 훈련돼요. 짧은 시간 내에 고효율을 내는 법부터, 일에 대한 우선순위 파악 능력까지 자연스레 갖추게 되는 거죠.
나리님의 자녀들 사진 (출처: 우나리)
야후재팬에서 고군분투하던 모습 (출처: 우나리)
주니어에게 2번째로 중요한 능력은 ‘매일 성찰하는 습관 갖기’에요.
성찰이란 내가 잘 한 부분과 부족한 부분,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 지에 대해 생각하는 거예요. 그리고 이 성찰의 중요성은 모두가 알지만, 성찰을 주기적으로 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라는 성찰의 습관을 갖게 돼요. 아이들의 변화가 실시간으로 눈에 보이기에, 지속적인 자기 성찰을 하게 되고 일할 때도 이 성찰 습관이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거죠.
자녀들의 어린 시절 (출처: 우나리)
야후재팬 행사에 자녀들과 함께 참여한 모습 (출처: 우나리)
Q. 시니어에게 육아는 어떤 점이 도움이 되나요?
시니어 때 키워야 하는 능력은 ‘매니징 능력’, 즉 인재 육성 능력이에요. 관리자 입장에서 회사의 인재들을 잘 관리하고 키워내는 것이 시니어의 중요 성과 지표 중 하나죠.
인재 육성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관찰’과 ‘인내’예요. 관찰을 해야지만 이 사람의 장단점과 성향을 파악할 수 있고, 이 사람과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각자를 어떻게 서포트 할 지 파악할 수 있게 돼요.
그리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 관찰 능력에 더해 실패와 더딤을 용인할 수 있는 여유가 모두 생겨요. 아이들은 내 맘대로 커 주지 않기 때문이죠. 매일 아이들을 관찰하며, 수많은 실패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여유와 실패를 통한 성장을 어떻게 서포트할지에 대한 인사이트가 생긴답니다.
자녀들의 어린 시절 (출처: 우나리)
자녀들의 성장 후 모습 (출처: 우나리)
3. 일을 사랑하는 여성들에게 외치다
Q. 일-가정의 양립에 대해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 싶나요?
일도 육아도 삶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어요.
누군가에겐 일이 고통이지만,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자아실현의 수단이듯, 일과 육아의 병행 역시 큰 시너지를 내면서 행복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많은 여성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일을 통해 성장의 짜릿함을 경험하면서도,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는 아이들의 사랑을 받아볼 수 있는 엄청난 경험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일을 사랑하는 모든 여성들이 행복해지는 세상을 위하여!